파괴적 혁신은 잘 나갈 때 변방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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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8-21 18:1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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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나심 탈레브의 저서 『블랙 스완』을 보면 ‘추수감사절 칠면조’ 이야기가 나온다. 천 일 동안 칠면조에게 먹이를 주며 정성껏 보살피자 칠면조는 주인이 자기를 무척 아낀다고 생각한다.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를 신세라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한다. 이처럼 과거 경험과 고정관념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현상을 ‘블랙 스완’이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융합해 기존 비즈니스 구조가 허물어지면서 기업 운명을 가르는데도 ‘블랙 스완’이 작용하는 듯 하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기술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넘어 ‘비즈니스 디스럽션(Disruption• 파괴적 비즈니스 혁신)’으로 대비해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기술 이노베이션을 먼저 이루고도, 시장 출시를 꺼려 비즈니스 디스럽션에 실패한 코닥 사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애플의 사례는 꽤 흥미롭다. 애플은 중대형 컴퓨터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 고성능 PC와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디스럽션으로 성공을 거둔다. 성공에 안주한 애플은 기술 이노베이션과 달리 비즈니스 디스럽션은 소홀히 하면서 침체하게 되고, 스티브 잡스가 퇴출되는 등 크게 주춤한다. 그러다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라는 디스럽션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하지만 다시 안주 사이클에 들어가, 아이폰X의 부진과 배터리 게이트로 ‘벌레 먹은 애플’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침체하고 있다. 디스럽션으로 올라서고 안주로 내려앉는 사이클의 반복이다.
디스럽션은 회사가 잘 나갈 때 해야 합리적이다. 하지만 호황 기업이 디스럽션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성장 기업에서 디스럽션을 주장하면, “지금 잘 되고 있는데 왜?” 라며, 갖은 이유로 반박당하기 때문에, 그 주장에 힘이 실리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 기업들은 망가지기 시작해서야 부랴부랴 디스럽션을 추진하지만, 그때는 이미 추진할 동력을 상실해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그렇다면 기업이 잘 나갈 때 디스럽션을 추진해서 성공을 거둘 방법은 없을까? 딜로이트 센터포더엣지(Deloitte Center for the Edge) 존 헤이글 대표의 조언은 의미 있다. 먼저 주력 사업보다 변방사업을 그 대상으로 선정할 것을 권한다. 주력 사업에 대한 디스럽션은 현황을 거스르는 불안감, 사업 주체들의 반발 등으로 CEO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실행이 여의치 않다. 현실적으로 CEO는 여기에 온 힘을 쏟을 여유가 부족하고, 그 업무를 맡은 사람들도 현재에 안주해 수동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하게 된다. 반면 변방 사업을 디스럽션 대상으로 선정하면 조직 내 주력세력의 저항에서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 변방사업 디스럽션 책임을 진 조직은 이를 주력사업으로 키워보고 싶은 의욕으로 충만해지고, 이것에 CEO가 관심과 힘을 쏟아줌으로써 성공과 추진속도를 높일 수 있다. 변방에서 성공을 체험한 이후 대상을 점차 확대하면 주력 사업도 거부하기 쉽지 않아, 조직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디스럽션을 전체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디스럽션에 성공한 예가 아마존이다. 온라인 종합쇼핑몰 1위 아마존은 기존 온라인 마켓은 유지한 채 변방인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는 디스럽션으로, 이를 전세계 시장 점유율 35%, 아마존 순이익 70% 이상을 책임지는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는 미국, 영국 등에 460여 매장을 보유한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또 다른 변방인 오프라인으로 진출해, 월마트 등 기존 식품•유통기업들을 넘어서려 한다. 이런 변방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AI 스피커와 무인 마트로 주력사업 디스럽션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다음 침체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애플과 인텔이 ‘안주의 저주’에 발목이 잡혀 고전하고 있다. 안주하면 ‘화무십일홍’이다. 그렇다면 2018년 지금이 바로 우리 기업들이 비즈니스 디스럽션에 착수해야 하는 적기이지는 않을까? (중앙일보, 2018.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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