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트랙터가 알아서 파종•제초•수확… 8년내 ‘완전 무인농업’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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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4-03 22:5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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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2023년 1월 열리는 CES 전시회 첫 기조연설자로 미국 농기계 기업 디어앤드컴퍼니(Deere&Company·이하 디어)의 존 메이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를 선정했다.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같은 첨단 IT 기술 기업들의 잔치인 CES에서 농기계 분야 인사가 기조연설 무대를 장식하는 건 55년 역사상 처음이다. 농기계라는 전통 제조 분야 기업이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꼽힌 것이다.
CTA의 시선을 사로잡은 기술은 디어가 올 1월 CES 행사에서 공개한 양산용 완전 자율 주행 트랙터 ‘오토노머스 8R’이다. 올해 CES 로봇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은 이 트랙터는 주변 360도 장애물과 거리를 탐지하는 스테레오 카메라 여섯 쌍과 주행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AI) 기술,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같은 첨단 기술을 대거 탑재해 운전자 없이도 24시간 내내 알아서 밭을 갈고, 파종을 하며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완전 무인 자율 주행에 농업 기술을 더한 것으로, 빠르면 올해 말 시판할 예정이다. 스콧 시어러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자율 주행 트랙터 개발 프로젝트가 약 30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출시된 건 없다”며 “디어가 자율 주행 트랙터를 내놓으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완전 자율 주행 트랙터 시대 열어
디어의 자율 주행 트랙터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혁신이 아니다. 185년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중장비 농기계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1위(32%) 기업이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난 20년간 자동화, 데이터 분석, GPS 안내, 사물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공학 등 첨단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2017년에는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및 AI 전문 기업 블루 리버 테크놀로지를 3억600만달러(약 437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2억5000만달러(약 3582억원)를 들여 자율 주행 트랙터를 개발하는 또 다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를 흡수했다. 미국 CNBC가 이번에 공개한 완전 자율 주행 트랙터를 두고 “디어가 거의 20년간 꾸린 전략적 계획과 투자의 정점”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디어는 2030년까지 완전 무인 농업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 주행 트랙터에 그치지 않고 로봇 파종기, 밀과 왕겨를 세심하게 분리해주는 콤바인 등 AI를 탑재한 다양한 농기계를 개발 중이다. 작년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디어의 로봇 제초기는 지난 3월 출시돼 미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미시시피 삼각주에 25대가 투입되며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카메라 36대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이 탑재돼 농작물에 섞여 있는 잡초만 골라 제초제를 살포할 수 있다. 디어는 이 AI 제초기로 기존 제초제 사용량의 66% 이상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 들어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데도 디어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 4월에는 과수원용 반(半)자율 분무기 분야 선도 기업인 거스 오토메이션과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한 달 뒤에는 AI 스타트업 라이트(Light)에서 수많은 특허와 기타 지식재산을 사들였다. 블루 리버 테크놀로지 설립자로 이제는 디어의 자동화 및 기계 자율화 부문 부사장인 조지 헤로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로봇공학과 머신러닝 분야의 투자를 두세 배 수준으로 급격히 늘리고 있다”며 “지난 5년간 디어의 AI 팀 규모도 50명에서 400명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다.
◇애그테크로 진화하는 농기계 기업들
무인화 기술에 사활을 거는 농기계 기업은 디어뿐만이 아니다. 다국적 농기계 기업 CNH와 독일 아그코, 일본 구보타 등도 4단계로 분류되는 완전 무인 형태의 자율 작업 트랙터를 개발 중이다. 농기계 자율 주행 수준은 크게 1단계(자동 조향), 2단계(자율 주행), 3단계(자율 작업), 4단계(무인 자율 작업)로 구분된다. 대동, LS엠트론, TYM 같은 국내 농기계 전문 기업들 역시 1단계 상용화에 성공했고 올해 안에 2단계 진입을 계획 중이다.
농기계 기업들이 애그테크(AgTech·농업용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식량 위기가 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명까지 불어나고 지구촌 식단이 육류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인류가 지금보다 60%나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로 농업 부문 인력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농·축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도 날로 높아진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거의 유일한 대안이 자동화다. 블룸버그는 “자율 주행 트랙터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좋든 나쁘든 AI 농업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했다.
단순 하드웨어(농기계) 판매보다 소프트웨어 판매 수익률이 높다는 점 역시 농기계 기업들이 테크 기업으로 전환을 꾀하는 이유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에 따르면, 농업 관련 장비의 평균 마진율은 25%인 반면, 소프트웨어의 평균 마진율은 85%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어 역시 소프트웨어 제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 수백만 잡초 이미지를 포함한 학습용 데이터 수집에 착수했다. 2026년까지 카메라가 달린 트랙터 150만대를 클라우드(가상 서버) 기반의 데이터센터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자율 주행 전기차를 팔고 고객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셈이다. 존 메이 디어 CEO는 “2030년까지 회사 전체 매출의 10%가 소프트웨어 사용료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조선일보,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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