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디지털 헬스기업,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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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02 19:4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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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헬스 산업의 국가 성장 동력화 계획에 따라 현지의 관련 기업들이 날개를 달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디지털 헬스 산업에 5년간 약 2억7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디지털 헬스산업이 더욱 주목을 받게된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 의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디지털 헬스산업 성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디지털 헬스산업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의료진과 대면 접촉없이 진료가 가능해지는 원격 의료 서비스이다. 사이버보안, 핀테크(FinTech)와 더불어 이스라엘 기술 시장을 선도하는 3대 하이테크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이스라엘 첨단산업협회(IATI- Israel Advanced Technology Industries)에 따르면, 정부가 디지털 헬스산업에 지원을 시작한 2011년부터 관련 기업들은 연평균 14% 이상 성장했고, 현재 550개 이상의 디지털 헬스 기업들이 이스라엘에서 활동 중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R&D단계 기업의 비중이 전체 디지털 헬스기업의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안정화 단계의 기업이 전체 생태계의 35%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디지털 헬스산업은 이미 성장을 위한 본 궤도에 진입했다고 IATI는 평가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비영리 스타트업 허브인 스타트업네이션센트럴(Start-up Nation Central)은 디지털 헬스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 한 해 동안 6억62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 업계의 기업 구성을 살펴보면,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와 원격모니터링(Remote Monitoring)이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응용하는 분야는 2018년과 2019년 모두 가장 많은 투자를 받는 기록을 세웠다. AI 중에서도 특히, 빅데이터를 분석해 디지털 자료에 대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단법(Diagnostics) 개발과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진단 지원(Decision Support) 분야가 대표적이다.
* 디지털 치료제 (Digital Therapeutics);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로,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가상현실(VR) 등의 형태로 제공됨.
영국 소재 컨설팅 그룹 Oxford Economics가 발간하는 국별 노동시장 분석보고서(Hays Global Skills Index 2019)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데이터 과학기술분야의 전문 인력이 가장 많은 국가이다. 특히, 머신 러닝, 통계, 통계프로그래밍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디지털 헬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에는 디지털 헬스기업의 총투자액 중 75%가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기업이었다. 현재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디지털 진단법(Diagnostics) 개발과 의료진의 의사결정 지원(Decision Support)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기술의 발달로 활용 장벽이 낮아지게 되면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디지털 헬스 기업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헬스 기업에 대한 전자의무진료기록(EMR) 개방
2018년 발표한 디지털 헬스산업 육성책의 일환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디지털 헬스 기업이 건강 보험사가 보유한 임상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역에 설치된 24개의 보건부 산하 국립의료센터 진료 기록도, 국립 데이터 통합관리기구(Data Mining Center)가 정식 출범하는 대로 추가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디지털 헬스 기업들은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 데이터 확보가 용이해질 전망이며, 글로벌 경쟁에서도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스라엘의 모든 거주자는 Kupat Holim(Sick Funds)이라 통칭되는 4개의 건강보험(Clalit, Maccabi, Meuhedet, Leumit) 중 하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다. 법령에 의거, 각 건강보험사들은 가입자들에게 의료보험료를 징수하고, 자체 혹은 제휴 병원 및 클리닉을 통해 1차 진료를 제공하며, 가입자들의 임상 기록을 전산화하여 전자의무진료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형태로 보관한다. 이로 인해, 각 보험사에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약 25년간의 진료 기록이 축적돼 있으며, 이 중 전체 인구의 77%가 가입하는 Clalit과 Maccabi 보험에 데이터가 집중되어 있다.
디지털 헬스제품에 대한 임상 지원
디지털 헬스제품의 성패 여부는 의료 현장에서의 검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제품을 임상에 적용해 볼 수 있다면, 기업은 그 만큼 실패에 대한 위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건강보험 산하 전문 클리닉과 전국 각급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의 파일럿 제품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기관 중 하나인 Sheba 병원이 2019년 11월 설립한 ARC 연구소가 대표적인 시제품 테스트 베드이다. ARC(Accelerates innovation and Redesigns healthcare by Collaborating with partners) 연구소는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제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의료 기관이 스타트업과 협력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혁신하겠다는 비전으로 설립된 곳이다. ARC 연구소에서는 의료진이 현장에서 시제품을 시험해보고, 임상적으로 보완돼야 할 내용을 세밀하게 파악해 기업이 효과적인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디지털 헬스 기업에 대한 ‘개발 자금+의학 지식+임상 기록’ 제공
다른 산업과 달리 디지털 헬스 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돼 있다는 민감성이 있다. 제품의 개발을 위해서는 비용 외에 전문 의학 지식과 임상에 관한 데이터 등이 별도로 요구된다는 특수성도 있다.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과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현실의 장벽을 뛰어 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떠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헬스 분야의 기업을 위해 소수의 벤처캐피털(VC)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스타트업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의료기관의 도움이라는 사실에 착안했다. 그래서 VC의 자금과 의료 기관의 지식, 의료 데이터를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자본+지식+데이터)의 펀드를 시장에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벤처캐피털은 자금을 투자하고, 의료기관은 제공 서비스(의료진의 전문 지식과 의료 데이터)를 현금 가치로 환산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결국 데이터나 지식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 화폐처럼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시장에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Triventures ARC 펀드이다. 헬스 테크 벤처캐피털인 Triventures에서 4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국내 최대 의료기관인 Sheba 병원에서 설립한 ARC 연구소에서는 필요한 의료 기록과 의학지식을 제공한다. 이러한 기금+서비스 연계형 펀드는 이스라엘 디지털 헬스기업에 필요한 자금 지원뿐 아니라 전문성까지 충족시켜 줌으로써, 앞으로 산업 성장을 주도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주목받는 디지털 헬스 기업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신속하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임시 규정을 신설해 원격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였다. 소아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만성질환 관련 진료과목 등에서 원격 진료가 가능해졌고, 그 외에도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도 원격 의료 서비스가 허용되었다. 이에 따라 원격 진료 장치, 환자 모니터링 제품, 우울증 치료 애플리케이션, 의사-환자 간 텔레컨퍼런스콜 제품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 제품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규제 완화에 힘입어 상급 병원들도 디지털 헬스기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일례로, Sheba 병원의 Telemedicine(원격의료)분과는 코로나19로 입원 격리 중인 환자와 자가 격리자에게 스타트업의 제품을 활용한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래 3개의 기업은 Sheba 병원의 격리병동에서 사용되며 환자와 의료진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시사점
디지털 헬스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빠른 기술의 발전과 임상 데이터의 확보,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산업 육성의 기치를 내걸고 규제 완화와 임상 데이터 공유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트업 강국답게 이스라엘은 정보통신, 인공지능 등 다양한 산업의 기술 인력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거 포진해 있고, 의료기관들과 의료 생태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스라엘 정부가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는 것과 이스라엘이 디지털 헬스 산업의 선도적인 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한다. 한편,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혁신적 기술과 탄탄한 정부 지원, 축적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디지털 헬스산업이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할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자료: 이스라엘 경제부, 이스라엘 혁신청, Calcalist(경제지), JPost, Sheba 병원 홈페이지, ITAI, IVC, SNC, Stat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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