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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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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0-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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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베트남

2018년 9월 1일에 우리는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열광했다. 그런데 바로 직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승부차기 끝에 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했다. 흥미로운 현상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의 선전을 이렇게 기대하고 관심 가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베트남에 각별하다. 왜일까? 


박항서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다낭은 국민 휴양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많은 한국 사람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는 것도 이유의 한 가지일 것이다. 또 중국 이후 베트남에 수많은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엔 뭔가 특별한 것이 더 있다. 베트남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느꼈을 무언가이고, 베트남 축구를 보면서도 느꼈을 무언가이다. 바로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기운이 솟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과거 경제 개발과 발전의 과정에서 느꼈던 그런 기운 말이다. 솟아나는 기운, 그것이 베트남의 매력이고 그것이 우리가 베트남을 각별하게 여기는 이유가 아닐까?


베트남 성장의 원동력은 인구

그럼 솟아나는 베트남 기운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 즉 인구다. 특히 수가 많고 매우 젊으며 역동적인 인구다. 최근 베트남에 다녀온 많은 분들이 하노이나 호찌민 같은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농어촌 지역에 들어가도 젊은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많은 젊은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분주하게 다닌다.


그런데 젊은 사람이 많은 것만으로 국가의 기운이 솟아나기는 어렵다. 2016년 베트남의 중위연령(0세부터 연령별로 사람들을 한 줄로 세우고 딱 절반을 나눌 때의 연령)은 약 29세다.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43세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베트남은 그야말로 젊은 나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베트남보다 더 젊은 나라도 많다. 모든 젊은 나라가 생동하는 기운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 국가의 경제•사회 발전에 가장 유리한 인구의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다. 연구들이 공통으로 발견해 낸 사실은 단순히 인구의 총수가 많은 것보다는 생산과 소비의 중심 연령대인 20~40대 인구가 많을 때 경제와 사회가 발전한다. 또 젊은 인구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발전이 훨씬 유리하다. 만일 교육 수준이 향상되는 속도가 빠르면 발전의 속도도 더 빨라진다.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 중에서 이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2016년 베트남의 고등학교 입학률은 70%를 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에 바로 진학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대학 진학률은 도시 지역에서 4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가 이 수치를 경험했을 때가 1980년대 중반으로, 매년 경제가 10%씩 성장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베트남은 연 6~7%씩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베트남 인구 구조

베트남의 인구는 계속 증가 중이다. 2025~26년쯤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런데 이 나라의 인구가 신생아가 많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령자의 사망률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사실에 기인한다. 2016년 베트남 남자의 평균수명은 70.8세였고, 여자는 76.1세였다(현재 우리나라는 남녀 각각 79세와 85세다). 남녀 합쳐 73세를 넘어선 베트남의 평균수명은 아시아 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높다.


따라서 고령자들의 비중도 놀랄 만큼 높다. 우리는 베트남을 젊은 국가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베트남도 매우 빠른 인구 고령화를 걱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가 넘어서면 사회는 고령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트남의 인구 고령화는 2014년에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가 시작된 때는 2000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고령 인구의 비중이 우리나라와 같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태어나는 아이의 수를 140만~150만 명대로 유지하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가구는 빠르게 작아지고 있다. 이제 한 집에 3~4명이 사는 가구보다는 혼자 혹은 2명이 사는 집이 더 많다. 평균 가구원 수도 2.4명에 불과하다. 가구의 수는 늘어나는데 가구의 규모가 축소되면 부동산•가전제품•가구•식문화 등 많은 것들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베트남은 현재 평균 가구원 수가 3.7명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5인 이상 가구가 23%나 된다. 청년들이 2명의 자녀를 낳도록 유도하는 베트남 정부의 인구 정책과 낮은 혼인 연령이 맞물려, 앞으로도 평균 가구원 수 3명대 중후반은 꽤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다. 당연히 부동산•가전제품•가구•식문화는 그에 맞춰 유지된다.


베트남이라는 기회 활용해야

이처럼 베트남의 기운은 인구를 바탕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제조업은 물론이고 농어업•금융 등 산업과 스포츠•문화 등 소프트 산업에서도 점점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최소한 인구의 특성만으로 볼 때 안타깝지만, 우리에게 그런 기운이 다시 생기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베트남의 솟구치는 기운을 함께 나눌 기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20년 뒤 우리나라는 인구 3명 중 1명이 고령자다. 이럴 때 젊고 능력 있는 가까운 친구가 있다면 우리에게 매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지난 5년간 우리 기업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길을 닦았고 마침 박항서 감독이 그 길에 꽃을 뿌렸다.


앞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각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베트남 발전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베트남에는 청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좋은 대학이 부족하다. 한국의 대학 교육 시스템을 베트남에 지원하면 20년 뒤 한국에 호의적인 베트남 인재를 많이 배출할 수 있다.


기업은 베트남을 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파트너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현지 사회 공헌에 더 신경 쓰고, 주재원들이 자녀들을 국제학교가 아닌 베트남 현지 학교에 보내 현지에 섞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베트남이 미래 성장 시장이라는 걸 고려하면 자녀들을 베트남에서 교육시키는 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형 베트남 기업의 출현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2018.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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