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영원무역•아웃도어 회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4-03 23:23관련링크
본문
영원무역은 한국 섬유산업의 신화로 통한다. 1974년 서울 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해 매출 3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50년 가까이 이어온 기업에 시련이 없었을 리 없다. 방글라데시 생산 공장을 초토화한 1991년 사이클론 사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펼치는 영원무역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변화한 글로벌 경영
“기업이 위기에
굴복해 문을 닫는 건 고객, 협력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배반하는 거예요. 최악의 처지에 놓여도 낭패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평상시 둑을 단단히 쌓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영원무역 명동사옥에서 만난 성기학 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회장은
담담하게 말했다. 영원무역이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5개국에
생산공장을 분산하고, 6646억원(3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쌓아둔 건 성 회장의 이런 철학을 반영한 조치다. 성 회장은 “최악을 상정한 경영은 당장은 답답할지 모르지만, 위기가 현실화했을 때 기업이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 머물던 섬유산업의 지평을
세계로 넓혔다. 영원무역은 1980년 방글라데시
치타공 공장을 시작으로 1995년 중국 칭다오, 2001년
엘살바도르, 2003년 베트남 남딘에 생산 벨트를 구축했다.
지금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40여 곳의 세계 유명 아웃도어 및 스포츠 브랜드에 납품한다. 요즘엔
국내 섬유업체들이 저임금을 찾아 동남아시아 등지에 공장을 두는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업계에서 해외 투자를 감행한 곳은 드물었다. 공장을
한 국가에 몰아두지 않고 여러 나라에 분산한 건 영원무역 글로벌 경영의 차별점이다. 그 덕에 영원무역은
다른 기업들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로 타격을 볼 때 피해를
최소화했다.
빛 발한 위기 속 결단
성 회장이 보수적
경영으로만 일관한 것은 아니다. 위기의 순간, 과감한 투자로
회사를 퀀텀점프시킨 승부사이기도 하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들여와 침체한 패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게 그런 사례다. 노스페이스의
성공을 보고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쟁쟁한 후발주자들이 아웃도어 시장에 속속 진입했다. 노스페이스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도 2003년
이후 업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평소 극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경영하다가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방안을 찾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내년 경영 여건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축에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새 제품을
만들고 인재 양성에 투자해 다음 호황기를 대비해야 해요.”
실제로 성 회장은 회사를 경영할 때
인재 채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에 맞는 인재가 있어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능력
있는 인재라면 출신을 따지지 않고 요직에 기용했다. 영원무역에는 12명(전체의 22.6%)의 고졸·전문대졸
임원이 있다. 그는 직원을 뽑을 때 세 가지를 본다. 첫째,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하고 둘째, 영어를 잘해야 하며 셋째, 정직해야 한다. 그는 “맡은
일을 성실하게 완수하고 책임지는 용기를 지닌 사람을 뽑는 게 인재 채용의 원칙”이라고 했다.
올해 사상 최대 매출 전망
영원무역은 올해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많은 섬유·패션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것과 비교된다. 코로나
창궐 첫해인 2020년 영원무역의 매출은 2조46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97억원으로 9.3% 불어났다. 작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2%, 70.4% 증가한 2조7925억원, 4425억원에 달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의 실적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성 회장은 공정 자동화를 영원무역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코로나가 촉발한 단순노동 분야의 구인난 등으로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될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성 회장은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구인난에 대응하는 쪽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한국경제, 2022. 12. 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