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옷장사에서 1조억원 매출 기업가로 성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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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7-28 11:0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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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옷장사에서 1조억원 매출 기업가로 성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40년 전 동대문서 옷장사로 출발하여 2017년 1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토종 패션그룹 형지의 창업주다. 1979년 서울로 올라와 동대문에 3.3㎡짜리 매장을 얻은 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남들과 비슷한 옷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크라운이라는 상표로 바지를 생산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상품에 브랜드를 더했더니 ‘대박’이 났다.
그러자 주변에서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이 늘었다. 이를 뿌리치지 못해 1993년 부도를 맞기도 했다. 다시 무일푼이 됐다. 최 회장은 그러나 여전히 브랜드의 힘을 믿었다. 1994년 비버리힐스폴로클럽의 라이선스를 받아 백화점에서 여성복 판매에 나섰다. 1996년에 들여온 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중년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배우 오연수 송윤아 등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도 가격은 백화점 브랜드보다 저렴하게 책정한 게 주효했다.
최 회장은 여성복에 이어 남성복 교복 가방 신발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쇼핑몰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16년 인수한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까스텔바작은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요즘도 최 회장은 임직원보다 일찍 출근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늘 남보다 반 발짝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1953년 부산 출생
△1982년 동대문시장 의류업체 운영
△1994년 형지물산(현 패션그룹형지) 설립
△1996년 크로커다일레이디 라이선스 사업
△2006년 샤트렌 론칭
△2011년 한국의류산업협회장 취임
△2012년 남성복 전문기업 우성IC(현 형지I&C) 인수
△2013년 패션쇼핑몰 바우하우스(현 아트몰링 장안점) 인수
△2016년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까스텔바작 인수
△2017년 부산 아트몰링 오픈
한국의류산업협회장인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남북한 경제 교류가 본격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2008년과 2013년 두 번 방북한 경험이 있는 최 회장은 협회 소속사들과 북한과의 경협을 위한 포럼 등의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최 회장은 “패션그룹형지가 ‘북한 진출 1호 기업’이 돼 평양이나 남포에서 옷을 생산하고 이를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대북사업 구상과 함께 그동안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던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다. 2016년 인수한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내년 상반기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그는 까스텔바작 브랜드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매장을 물색하기 위해 서울 홍대 인근 골목을 5시간 동안 돌아다녔다고 했다. 최 회장을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섬유 분야가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포 평양 신의주 등지에 봉제 숙련공이 아주 많아요. 이들과 협업해서 값싸고 품질 좋은 옷을 생산하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해외 곳곳에 수출할 수 있을 겁니다. 1980년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북한 물자를 국내에 반입하기 시작했고 1992년 북한 조선삼천리총회사와 남포 지역에 민족산업총회사를 설립했었죠. 당시 대우 남포공장에서 생산한 셔츠, 스키복, 골프가방 등은 품질이 아주 좋았어요. 형지도 2008년에 개성공단에서 옷을 만들었고요. 북한의 인건비는 남한의 10분의 1, 베트남의 4분의 1 수준인데 숙련도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장인들 못지않아요. 아주 큰 시장인 중국과 가까워 물류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방북 경험이 있어 북한의 사정을 좀 알 것 같은데요.
“2008년 개성공단에서 옷을 생산할 때 개성공단기업협회에 격려금을 전달하기 위해 갔습니다. 2013년에도 의류산업협회장으로서 산업시찰을 갔고요. 경협이 본격화되면 개성공단보다 평양 남포공단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중국 시장을 고려하면 물류비 인건비 등을 더 절약할 수 있거든요. (교복을 만드는) 형지엘리트가 지난해 중국에 진출했습니다. 중국 교복시장이 2020년 22조7000억원까지 커질 텐데 이 시장에 한국 브랜드가 뛰어든 겁니다. 북한에서 봉제해 곧장 중국으로 보내면 원가를 상당히 아낄 수 있어요. 기대가 큽니다.”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시각이 많은데요.
“그건 값싼 티셔츠 얘기죠. 우린 고품질 의류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한국의 기술력과 원단, 북한의 노동력이 만나면 분명 시너지를 낼 겁니다. 의류산업협회 소속 중소기업들과 함께 남북 경협 시대를 대비할 포럼과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합작법인을 세워 북한산 의류를 세계에 수출하는 방법도 고려 중입니다. 까스텔바작을 중국에서 판매하려고 현지 유통업체 2~3곳과 상의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와 역사가 있는 유명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를 북한에서 생산해 중국 등 세계에 판매하는 일, 멋지지 않습니까. 까스텔바작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려고 합니다.”
▶까스텔바작을 인수했을 때 다들 놀랐습니다.
“토종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 건 아주 오랜 시간 역사를 쌓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미 역사와 브랜드 파워를 갖춘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한 거죠. 패션사업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은 어릴 때 깨우쳤거든요. 부산 국제시장에서 외삼촌이 운영하던 페인트 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노루표페인트 대리점과 삼화페인트 대리점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걸 봤어요. ‘수성페인트 하면 노루표, 유성페인트는 삼화’라는 인식이 퍼진 걸 보면서 브랜드의 중요성을 깨우쳤습니다. 물론 품질이 뒷받침돼야 하고요.”
▶브랜드 사업은 언제 시작했습니까.
“1982년 서울 동대문의 3.3㎡짜리 매장에서 고무줄이 달린 여성용 ‘크라운 바지’를 내놓은 게 처음입니다. 값싸고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40~50대 여성 사이에서 “크라운 바지 입어봤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 뒤로 줄곧 브랜드를 확장해온 겁니다.”
▶까스텔바작 상장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주력인 골프웨어에 더해 침구류와 가방을 내놨는데 반응이 좋아요. 여행용 가방, 아동복, 화장품 등으로 브랜드 확장성이 큽니다.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를 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9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1100억원 이상 올릴 겁니다. 화장품사업도 고려 중입니다.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10대 모델 시절 까스텔바작 옷을 즐겨 입고 패션쇼에도 섰습니다. 그만큼 화려하고 예쁜 디자인이 많거든요. K뷰티 열풍이 불고 있어 해외사업에도 화장품이 도움이 될 겁니다.”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20~30대 연령층을 겨냥해 서울 홍대 인근에 까스텔바작 아카이브 매장을 낼 계획입니다. 오래전부터 보관해오던 예술 작품 같은 제품을 전시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젊은 소비자에게 까스텔바작의 스토리를 알리는 것 자체가 중요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요즘 계열사 경영을 직접 챙긴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그룹 임직원들에게 제 휴대폰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앞으로 10~20%씩 더 힘써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봉에 서서 치열한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회사를 꼭 만들 테니 좋은 제안이 있으면 언제든 이 번호로 문자를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동안 전문경영인에게 대부분 맡겼는데 앞으로는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다시 달려보려고 합니다. 40년 역사의 형지I&C, 50여 년 전통의 형지엘리트, 60년이 넘은 형지에스콰이아 모두 토종 패션회사입니다. 100년 이상 가는 장수기업을 만들 겁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30대 밀레니얼 세대는 가격과 품질에 민감합니다. 이들이 소비 주체로 떠오르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형지도 실용적이면서 가치소비 심리를 만족시킬 상품을 내놔야 합니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미국 아마존은 한국에서 2000원에 살 수 있는 호미를 2만~3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품질과 실용성, 차별화된 콘셉트가 있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2018. 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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