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의 스타트업 까보기 -스타트업서 일하는 불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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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6-02 23:3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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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은 인터넷 기업 '네오위즈'부터 시작해 검색엔진 기업 '첫눈', 스타트업 투자회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게임회사 '크래프톤'까지
창업한 연쇄창업가이다. 그가 창업을 하고 사업을 키워가면서 가장 큰 열정을 쏟았던 일은 '동료 찾기'였다. 그는
소프트웨어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인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인재를 찾고, 만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인재들이 스타트업 합류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의 반대'였다. 그가
책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을 펴낸 이유는 스타트업행 열차의
탑승을 막는 가족들에게 스타트업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위험하고 불안한 직업이라고 여겨지던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들은 2020년 말 기준 80만명을
넘어, 4대 기업 종사자 수를 넘어섰다. 그들은 왜 스타트업을
선택했을까?
고연봉·스톡옵션이 기다린다
실패의 확률이 큰 스타트업에 모여든 사람들은 성장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크다. 월급 외에
지분을 받고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들은 합병이나 상장으로 월급 이외의 수익을 얻게 된다. 지난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상장한 하이브의 창업 멤버 피독(본명 강효원)은 스톡옵션 행사이익과 급여 등으로 400억7000만원을, 크래프톤의
공동창업자 김효섭은 218억원을 받은 것으로 공시됐다. 스톡옵션으로
인한 수익은 초기 단계에 합류한 이들이 더 큰 수익을 얻게 된다. 실패할 위험이 큰 초기 단계인 만큼
수익도 크다.
지난 15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카카오는 다수의 스타트업을 인수, 합병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인수된 기업의 창업자뿐 아니라
스톡옵션을 보유한 구성원들도 카카오 주식을 받아 경제적 보상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인터넷은행 자격을
취득하며 금융혁신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토스'는 인재
확보를 위해 기존보다 더 많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하는 스타트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월급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세대에게 스타트업 커리어를 선택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은 창업보다는 위험이 낮으면서도 직장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
토스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고의성씨는 고졸로 호텔 요리사로 일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창업을
목표로 하던 그에게 주방은 좁았다.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푸드 스타트업 플레이팅으로 이직했다. 마케터이자 서비스 운영자로 일하면서 개발자가 되면 더 효과적인 창업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년간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한 후 작은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할 수 있었다. 이후 두어 차례 이직을 거쳐 이르게 된 직장이 토스였다. 스타트업은
그에게 커리어를 전환하고, '만렙개발자'가 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변호사이지만 스타트업의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준성씨 역시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스타트업을 찾은 경우이다. 그가 환경생태공학을 공부하고 삼성 에버랜드에 들어간 것은 도시를 살리는 숲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제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가 됐다. 법률사무소를 거쳐 국회 보좌관으로 일했지만 '숲을 만드는 전문가'라는 꿈에 다가가기는 어려웠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곳이 스타트업이었다. 스타트업은 기업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니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고,
자신의 비전과 맞는 곳에 합류하게 된다면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에너지 스타트업부터 시작해 교육 스타트업을 거쳐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스타트업답게
일하는 방법을 익혀갔다. 그렇게 스타트업에서 쌓은 역량과 법률가로서의 역량을 더해 일하게 된 곳이 유전자가위
기술 보유 기업 '툴젠'이다. 그는 툴젠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이전 상장 과정과 주주관리는 물론 툴젠과 함께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지원하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조직의 특성상 개인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빠른 성장과 변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개인도 기업도 주기적으로 서로의 성장판이 함께 자라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인의 성장 속도보다
기업의 성장이 더딘 경우라면 인재들이 기업을 떠나간다. 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개인도 기업에
머물기 어렵다. 이렇게 잦은 만남과 이별은 오히려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나에게 맞는 일, 나에게 맞는 인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나에게 맞는
일을 만나는 과정은 사회초년생이든 10년 차이든 누구나가 겪는 어려움이다.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항해를 선택해
볼 수 있다.
주도적인 성장 경험을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출신 이윤주씨는 인사관리 솔루션 스타트업 '플렉스'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시절 스타트업 인턴과 창업을 경험했던 그가
스타트업 대신 대기업을 첫 직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시스템을 갖춘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기업답게 일의 규모도 크고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서 규모 있는 성장을 꿈꾸던 그의 열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열정적으로 준비한 기획안은 결제 과정을 거치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고,
타 부서의 협조를 얻는 과정 역시 난관의 연속이었다. 그가 대기업에서 좌절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가 눈부시게 성장하는 모습은 그의 성장욕구를 자극했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떠나 플렉스에서
제품의 방향성을 정하고 리드하는 PM(Product Manager)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요즘 자신이 만든 서비스와 사랑에 빠졌다. 날마다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 서비스를 개선하는 재미에 아침이면 출근길이 신나고 즐겁다. 그런 과정이 그에게 폭풍성장의
기회로 작용함은 물론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성남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대호씨가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에 합류한 것은 스타트업의 문제해결능력을 배우고 싶어서다. 기업과
정치는 다루는 문제가 다를 뿐이니 문제해결능력을 갖춰 더 큰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갈증이 스타트업행을 재촉했다. 그가 타다에서 일하면서 배운
가장 큰 자양분은 도전의 문화다. 타다의 도전이 아쉬운 결과를 냈지만 타다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타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다. 비록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던 정치현실을 깨닫고 네트워크를 얻게 되었다.
대기업은 개인의 힘보다 시스템이 더 큰 혁신과 수익을 만들어낸다. 반면 사람으로 치면 신생아나
어린아이의 단계를 거치고 있는 스타트업은 인재 한 명 한 명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인재를 잘 뽑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스타트업 환경은 이윤주씨와 이대호씨처럼 주도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압축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뜻 맞는 동료들과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
이녹원씨는 대학 시절 교육스타트업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 그런 그의 눈에 10명
남짓한 창업팀이 밤을 새워가며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합류로
이어졌고, 교육 기회의 평등을 목표로 하던 회사는 '공단기' '영단기' 열풍을 만들어내며 성장했다. 하지만 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회사의 성장세가 기울면서 동료들이
떠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가 6년의 스타트업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은 기업이 '돈을 벌어야' 문화도 사람도
챙길 수 있다는 냉철한 현실이었다. 밥벌이의 무거움을 깨닫고 이직한 스타트업에서 또다시 미친 듯이 열정을
쏟아 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는 '왜'가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성격상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에 기여하는 일이어야 흥이 나는
사람이었다.
그런 갈증에서 선택한 회사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두핸즈'다. 두핸즈는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을 파는 소규모 사업자는 두핸즈가 제공하는 물류서비스 '품고'를 사용하면 파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품고'는 소규모 사업자뿐 아니라 물류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그는 두핸즈의 박찬재 대표와 함께 사회적 대기업이라는 목표를 이뤄갈 부푼 꿈을 꾸고 있다. 누적투자 257억원을 유치하며 기업을 키워가다 보니 감히
러브콜을 보내지도 못했던 능력자들이 두핸즈에 모여들고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처럼 스타트업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불안한 현실을 함께하기 위해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를 그만두고 합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이미 도전을 통해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게 되었으니
기왕이면 나의 노력이 더 빛날 수 있는 곳에 손을 보태고 싶다는 부류와, 먹고사니즘 정도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으니 뜻 맞는 사람들과 더 큰 꿈을 이루고 싶다는 이들이다.
진짜 '나의 일'을 준비할 수 있다
신지현씨는 지난해 15년2개월을 일한 IBM을 떠나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더 늦기 전에 몸담고
있는 조직의 후광 없이 '신지현' 개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맞춤형 정책 추천 서비스 스타트업 '웰로'에 들어갔다. 웰로는 10명 남짓한 팀원으로 구성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신생 기업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한다. 그가 합류한 일터의 환경은 IBM과
비교하면 부족한 것 투성이다. 하지만 그는 함께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일하고 있다. 1인 기업 '그로플'을
창업한 백종화씨도 이랜드그룹을 떠나 커머스 스타트업 '블랭크'에서 2년 동안 사내코치로 일했다. 그의 스타트업 합류는 훌륭한 사내코치를
두어 구성원의 성장을 돕고 싶은 기업의 필요와 대기업을 떠나 독립을 준비하고 싶은 백종화씨의 필요가 만난 결과였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사내코치로 일하며 교육 자료의 준비부터 실행까지 모든 일을 스스로 해냈다. 이러한 경험이 그의 창업 준비를 도왔음은 물론이다.
스타트업의 인재 운용 방식은 대기업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척박한 환경은 직업의 안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근속연수는 2년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대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기회의 문을 만날 수 있다. 신지현·백종화씨의 경우처럼 대기업을 떠나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 커리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위험을 줄이면서도 만족감은 높이는 커리어의 새로운 장을 만날 수 있다(주간조선,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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